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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Cover Story] 제품 + 서비스 융합시대

[Cover Story] 제품 + 서비스 융합시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제조 중심 기업을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바꿀 수 있을까. 경쟁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21세기는 특정 산업이나 제품군 중심으로 경쟁하던 방식이 아니라 경쟁자를 특정할 수 없는 초경쟁시대이기 때문이다. 산업 간 영역이 붕괴된 21세기에는 `융합형 제품`이나 혁신적 `서비스 빅뱅`으로 경쟁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제품이 갖고 있는 고유 가치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결합해 하나의 `묶음 서비스`를 창출해내야 한다. 최근 트렌드는 상품의 서비스화(servicization), 서비스의 상품화(encapsulation), 서비스의 대통합(grand integration)이라는 `서비스 빅뱅`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

◆ CASE 1 : 제품의 서비스화(servicization)

= 조직을 서비스회사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여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상품의 서비스화(servicization)다. 상품과 서비스를 연계해 새로운 차원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두 번째는 서비스의 상품화(encapsulation)다. 고객이 불편을 겪는 애로사항을 찾아내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세 번째는 상품과 서비스 자체의 완전한 대통합(grand integration)이다. 이는 가장 강력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기술과 지식을 통합해내는 지식통합역량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방법이다. 이들 세 가지 방법은 제품 생산과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솔루션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는 비즈니스 방식과 프로세스에 대한 체계적인 재설계가 요구된다.

만약 여러분의 고객이 더 이상 여러분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제품이나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줘야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게 된다.

세계적인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메드트로닉(Medtronic)은 만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심장박동기를 파는 이 시장의 선두주자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심장박동기라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제품을 서비스로 전환해 서비스를 팔고 있다. 이를 위해 가상병원 방문시스템을 개발했다. 의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환자에게 이식된 심장박동기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환자의 몸에 이식된 심장박동기에는 작은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가상병원의 `메드트로닉 케어링크 네트워크`로 실시간 전송한다. 의사는 물론 환자들은 수시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환자들에게 위안과 안정감을 제공했다. 여행 중이거나 비상시, 환자들은 가장 가까운 지역의 병원과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활동의 자유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메드트로닉의 이러한 서비스 모델은 더 이상 심장박동기가 심장박동기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활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서비스 상품이 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애완동물 소매체인점인 페츠마트(Petsmart)는 고객이 급감하자 `펫 호텔(Pet Hotel)`을 세웠다. 많은 고객이 집을 비울 때 발생하는 애완동물 보관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츠마트는 고객들이 집을 비울 때마다 애완동물을 대신 보호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해 더 성장할 수 있었다. 페츠마트는 고객의 행동변화를 관찰해 고객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줌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낸 것이다. 단순히 애완동물이나 용품을 판매하는 판매회사 차원을 넘어 판매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 CASE 2 : 서비스의 제품화 (encapsulation)

=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가? 가치창출 프로세스에 고객을 참여시키는 방법이 있다. 고객들을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윈-윈모델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는 고객들을 서비스 프로세스에 참여시켜 고객과 기업이 동시에 이익을 보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게임업체 닌텐도가 개발한 위(Wii)의 사례를 보자.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용 게임기와 게임을 개발해온 닌텐도는 2006년 모든 연령대를 겨냥한 혁신적인 제품 위를 내놓았다. 닌텐도의 혁신은 경쟁자들이 간과한 혁신적인 기술을 새로운 용도로 바꿨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통제시스템`의 활용이다. 이 시스템은 동작 감지 기능을 가진 소형 무선막대인 위 리모트와 센서바로 이뤄져 있다.

고객들이 실제 게임 속에 참여하고 사람과 사람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닌텐도는 이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이 더 이상 기계와 대면하거나 가만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 자체를 상품화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브랜드 가치가 21% 성장해 게임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됐다. 나아가 게임을 해롭다거나 중독성이 있어 멀리해야 하는 대상에서 가족이 함께 즐기는 대상으로 바꿔놓았다.

닌텐도는 이처럼 서비스 자체를 소프트웨어화해 고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

소프트웨어회사인 인튜이트는 터보택스(turboTax)를 개발해 고객 스스로 세금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소프트웨어를 상품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세금신고를 할 때 129~229달러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30~50달러의 SW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과 기업이 동시에 이익을 보도록 한 것이다.

미국IT뉴스서비스회사인 시넷(CNET)이 설립한 인터넷 잡지회사 8020이란 회사도 서비스를 상품화한 기업이다.

인터넷이 인기를 끌면서 2007년 하우스앤가든, 틴피플, 엘르겔 등 유명 잡지들이 잇따라 폐간됐다. 광고가 20%가량 급감한 데 따른 직격탄이었다. 8020은 이 같은 틈새를 파고들었다. 웹과 인쇄매체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을 생산자이자 구매자인 프로슈머(Prosumer)로 참여시켰다.

8020이 창간한 잡지는 JPG와 Everywhere다.

JPG는 2개월마다 발간되는 작품사진 중심의 잡지며 Everywhere는 여행잡지다. JPG에 사용되는 사진은 모두 고객들이 매월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웹사이트(jpgmag.com)에 투고한 것들이다. JPG 편집진은 고객들이 올린 사진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2개월에 한 번씩 인쇄본을 발행한다. 매호 약 2만3000권이 팔릴 정도로 인기다. Everywhere도 같은 개념이다. 독자들이 여행 중 경험했던 특별한 사연을 글로 써서 인터넷(everywheremag.com)에 올리면 편집진이 선별해 인쇄본으로 발간한다.

두 잡지의 공통점은 독자들이 콘텐츠를 웹에 올리고 편집진이 이를 인쇄용 매거진에 옮겨서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명확한 타깃 고객을 상대로 광고하고 싶은 광고주에게 이들 잡지는 매력적인 대상이 된다.

참여 고객들은 투고 내용이 인쇄될 때 약간의 상금과 무료 구독권을 받는다. 8020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들이 생산자가 되고 판매자가 되고 구매자가 되는 거의 완벽한 고객참여형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 CASE 3 : 제품·서비스 대통합(grand integration)

= 저가 의료용품 생산업체인 인도의 오로랩(Aurolab)은 의료혁신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 데이비드 그린은 전 세계 2억명이 앓고 있는 백내장 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런데 당시 백내장 수술용 렌즈 시장이 몇몇 회사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렌즈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고 가난한 나라의 수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조차 없었다.

"어떻게 빈민들의 백내장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그린은 고민 끝에 백내장 수술 시 사용하는 인공수정체를 저가로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시장을 조사한 결과 비영리 안과병원인 아라빈드(Aravind)가 가난한 환자들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1992년 오로랩을 설립해 아라빈드 안과병원과의 `제휴`라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무료 백내장 수술서비스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최첨단 백내장 수술렌즈 생산시설을 아라빈드 병원 옆에 세웠다. 가난한 환자들도 싼값에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두 기관의 결합은 놀라운 경쟁력을 가져다 줬다. 오로랩은 많은 렌즈를 생산하면서 원가절감, 학습효과의 두 가지 역량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었다. 아라빈드 병원은 수술 건수와 다양한 케이스가 많아지면서 능력 있는 의사들과 의사지망생들이 몰려들었다.

전체 환자 중 50%가 무료 시술을 받고 있지만 병원의 순이익률은 60%로 급등했다. 35%의 부유한 환자들이 정상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오로랩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 무료로 백내장 렌즈를 제공하면서도 전 세계 렌즈시장의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대통합한 결과였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를 파는 회사다. 그러나 정수기를 돈을 받고 팔지 않는다.

`제휴서비스`를 통해 제3자가 정수기 사용료를 대신 내주는 서비스 통합모델을 만들었다. 이른바 공짜로 정수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페이프리서비스`다.

외환카드, 현대카드 등과 제휴를 체결해 신용카드 포인트를 최대 3만~6만원까지 렌탈료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서비스는 2008년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18개월 만에 렌탈료 100억원을 13만명의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히트상품이 됐다. 페이프리 멤버스 회원은 12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웅진코웨이 전체 고객 중 3분의 1을 넘는 숫자다.

이 서비스의 성공은 서비스 대통합에 있었다.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제품 판매ㆍ서비스와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4대 할인점과 백화점, 이동통신사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 위주로 가맹점을 구축해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동시에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서비스 모델은 고객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객들이 겪게 되는 문제점을 방치했다면 웅진코웨이는 도산하거나 문들 닫았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21세기는 고객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통합해 내는 새로운 솔루션 개발이 기업의 필수덕목이 됐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최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