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경영

"칠레산 키위 팔지마라" 제스프리의 횡포


"칠레산 키위 팔지마라" 제스프리의 횡포
이마트ㆍ롯데마트와 직거래 허용조건으로 계약 체결
FTA로 가격내린 키위 마트진입 차단…불공정 논란
기사입력 2011.04.25 17:10:39 | 최종수정 2011.04.25 20:01:56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참다래를 고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세계 최대 키위 수출업체인 `제스프리`가 국내 대형마트 2개사와 `칠레산 키위 판매 금지`를 전제로 직거래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수입산 키위 대부분이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키위 제왕 `제스프리`와 대형마트의 이 같은 계약으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칠레산 키위를 사먹을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롯데마트는 이달 초 제스프리와 `제스프리 키위를 판매하는 동안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직거래 계약을 맺었다.

제스프리는 직거래가 아닌 제스프리인터내셔널코리아의 지정 공급사인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수일통상, FM마케팅 등을 통해 국내 대형마트ㆍ백화점에 자사 키위를 유통시켜 왔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국내 키위 판매량이 매년 10% 가까이 증가하면서 국내 대형마트 업체들이 제스프리에 직거래를 제안한 것.

업계 관계자는 "직거래로 키위를 공급받으면 도매상을 거치지 않아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며 "직거래를 하면 품질을 보증받을 수 있고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스프리가 직거래 조건으로 자사 키위를 판매하는 동안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는 경쟁관계인 칠레산 키위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뉴질랜드산 키위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8년 뉴질랜드산 키위 수입량은 2만6396t으로 전체 키위 수입량 중 90.8%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칠레산 키위의 영향으로 수입량 중 79.2%(2만2583t)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칠레산 키위 수입량은 2540t에서 5829t으로, 키위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20.4%로 훌쩍 뛰었다.

칠레산 키위는 2004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단계적 자유화에 따라 12.4% 관세를 적용받는다. 2014년에는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다. 반면 2009년부터 우리나라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인 뉴질랜드산 키위는 관세율이 45%에 달한다. 칠레산 키위의 소비자가는 3500원(10개)으로 뉴질랜드산 제스프리 키위(5000원ㆍ10개)보다 40% 저렴하다.

이마트ㆍ롯데마트 관계자는 "제스프리 제품을 소비자들이 계속 찾는 데다 (제스프리가) 키위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스프리는 전 세계 키위시장점유율 중 25%를, 출하 시기에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 중 70%를 차지한다. 한국은 지난해 제스프리 전체 매출액 중 11.6%를 차지하는 시장으로 일본,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제스프리의 칠레산 키위 판매 금지 조건은 시장 지위의 우월함을 통한 불공정거래행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키위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와인시장의 경우 고가의 프랑스 와인이 국내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4년 한ㆍ칠레 FTA 이후 저렴한 칠레산 와인 소비가 급증해 지난해 국내 와인시장을 22% 점유하면서 와인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제스프리는 대형마트 3사가 국내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골드키위 구매 시 그린키위도 함께 끼워 팔고 있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제스프리 키위 중 골드키위를 55% 구매 시 그린키위도 45% 수준으로 함께 구매해야 한다"며 "강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골드키위만 구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제스프리가 자사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경쟁 제품을 팔지 말라는 것은 상도의적으로 옳지 않아 보인다"며 "대형마트도 부당한 거래로 보이지 않으려면 경쟁 제품을 제치고 제스프리를 선택하는 데에는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상하이 글로벌소싱본부를 통해 제스프리 키위를 공급받기 때문에 제스프리의 간섭을 덜 받는 홈플러스는 5월부터 칠리산 키위를 매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차윤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