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빨래엔 피죤' 30년 아성 무너지다

재미있게살자 2011. 4. 18. 20:56

'빨래엔 피죤' 30년 아성 무너지다

LG생활건강 '샤프란' 10배 농축 제품으로 인기… 섬유유연제 시장 1위 올라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군림하던 피죤의 30년 아성이 무너졌다. 만년 2위를 달리던 LG생활건강이 올 1~2월 피죤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섬유유연제란 섬유의 올을 살려 옷감을 부드럽게 하는 세탁보조제다. 국내 시장 규모는 2300억원 정도다.

17일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에 따르면 올 1~2월 섬유유연제 시장점유율은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이 43%를 기록해 피죤(36%)을 7%포인트 차로 눌렀다.

◆섬유유연제 시장 30년 만에 1위 바뀌어


생활용품 전문기업 피죤은 지난 1978년 국내 최초로 섬유유연제 브랜드 '피죤'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 갔다. 특히 '빨래엔 피죤'이라는 광고 문구가 인기를 끌면서 '섬유유연제=피죤'으로 인식될 만큼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07년 48%이던 피죤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올해는 36%까지 내려앉았다. 업계에선 피죤이 자신감이 지나쳐 시장의 판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가격정책 수립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피죤은 올 초 원가가 오르자 판매가격도 즉각 올렸다. 반면 경쟁제품들은 가격 인상을 유보해 소비자들이 '피죤만 가격이 갑자기 비싸졌다'고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 1월 이미 샤프란 판매량이 피죤을 제쳤는데도, 피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2월에는 할인행사를 폐지해버렸다"고 전했다. 피죤은 가격 인상으로 점유율이 급감하자 3월 들어 부랴부랴 하나를 사면 덤을 끼워주는 '1+1행사'를 다시 실시했으나 이미 떠난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신제품 출시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LG생활건강·CJ·옥시 등 경쟁사들은 미국·일본 시장을 벤치마킹해 민감성 피부를 위한 제품, 다양한 향기가 나는 제품 등을 다양하게 선보였으나 피죤은 경쟁사보다 뒤늦게 농축형 제품을 선보인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신제품이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피죤 매출이 샤프란·쉐리(옥시)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쇼핑몰 11번가 관계자는 "샤프란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저렴한 상품을 내놓는 등 판촉 활동을 잘해 온라인몰에서도 판매 1위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가격·편의성에 소비자 선호도 높아

섬유유연제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해 업계에선 소비자들의 '사용습관 변화'도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이건화 브랜드 매니저는 "2007년 조사결과 소비자들은 '편리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걸 발견했다"며 "무거운 용기를 집까지 가지고 가는 것도 불편하고, 세탁기에 붓다가 무거워 쏟아버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소비자들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이런 점들을 감안, 무거운 용기 대신 티슈 형태의 섬유유연제 '샤프란 아로마 시트'를 내놓아 히트를 쳤다. 티슈처럼 한 장씩 뽑아 쓰는 제품으로 2007년 8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0억원어치가 팔렸다. 또 2009년 5배 농축, 2010년 10배 농축 제품이 연달아 나오면서 매출도 동시에 늘었다.

요즘 젊은 주부들에겐 '경량화' '공간 활용'이 이슈여서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제품이 인기다. 이 회사는 샴푸를 쓰듯 펌프질을 해서 정량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제품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이와 관련, 피죤 관계자는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약간 떨어질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급감할 줄은 몰랐다"면서 "떠나간 고객들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