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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꼬꼬면 죽이기` 나선 건 농심이 아니라…

재미있게살자 2012. 2. 7. 11:25

`꼬꼬면 죽이기` 나선 건 농심이 아니라…

 
입력: 2012-02-07 09:36 / 수정: 2012-02-07 09:40

'꼬꼬면(팔도)', '나가사끼짬뽕(삼양)', '기스면(오뚜기)', '후루룩 칼국수(농심)' 등 하얀국물 '라면 전쟁'에 유통업체까지 가세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하얀국물의 '속까지 시원한 라면이라면(이라면)'을 이달 출시했다. 최근 전국 점포에서 일제히 마케팅에 돌입했다.

긴 제품명에서 '이라면(e라면)'만을 부각시켜 이마트가 만든 라면이란 점을 강조했다. '맛이 없으면 무조건 환불한다'는 문구까지 내걸었다. 이라면은 115g으로 5개세트로 포장돼 있다. 권장 소비가격은 3680원. 개당 가격은 736원인 셈이다.

이라면은 이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른 하얀국물의 라면에 비해 저렴하다. 현재 이마트(이마트몰 기준)에서 판매하고 있는 꼬꼬면, 나가사끼짬뽕, 기스면은 5개씩 포장된 제품이 모두 3950원이다. 개당 가격은 790원으로 이라면 보다 7.3% 가량 비싸다.

권장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가격차가 더 벌어진다. 꼬꼬면, 나가사끼짬뽕, 기스면 등은 권장 소비자가격이 5000원으로 개당 1000원꼴이다. 이라면과 35.9%의 가격차가 난다.

가격이 기존 제품에 비해 싸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 하다. 문제는 신제품임에도 밀어주기식 마케팅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이라면이 판매되고 있는 매대에는 경쟁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심지어 라면코너에서 판촉행사를 진행중인 업체의 제품까지 구석진 곳에 몰아뒀다.

현장에서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었던 협력업체 사원 김모 씨는 "이라면이 라면 매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시식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 아닌 이라면으로 오해할 정도"라고 푸념했다.

업계의 불만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을 대형마트에 제대로 진열하려면 정말 어렵다" 며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거나 사은품 증정 등 출혈성 행사를 내걸어야만 진열대를 차지하는데, PB상품이 손쉽게 장악하는 모습을 보면 기운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라면업체들은 이마트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의 PB도 중요한 매출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PB라면은 매출이 늘어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장점" 이라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고 말을 흐렸다.

이마트는 2008년에도 자체표시 상품인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농심의 신라면을 타깃으로 내놓은 이 라면은 삼양식품이 생산했다. 하얀국물의 이라면은 오뚜기가 제조했다. 가쓰오, 홍합, 오징어를 우려낸 육수와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을 내세웠다. 해물맛으론 나가사끼짬뽕과, 청양고추맛으로는 꼬꼬면과 겹치는 면이 있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이마트에 이어 라면 전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9가지 형태로 PB제품인 '홈플러스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하얀국물 라면을 조만간 추가할 방침이다. '롯데라면'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마트도 시원한 맛과 매운 맛에 이어 또다른 맛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얀 국물 라면으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꼬꼬면을 선두로 한 '하얀국물 라면' 돌풍은 2~4위 업체들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1위 업체인 농심마저 최근 가세했고, 여기에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까지 더해지면서 흰 국물 '라면 전쟁'은 춘추 전국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대형마트가 라면 전쟁에 뛰어든 것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PB라면 판매로 다른 마트로 확대된다면 어렵게 찾은 라면업계의 경쟁 구도가 유통업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부터 '차별화'를 역점에 두고 차근차근 실행해왔다. TV 가격을 낮춘 '이마트TV'를 비롯해 브라질 원두커피, 가전제품 렌탈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 이런 행보 속에서 유행에 편승하는 '미투' 제품을 판매함에 따라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대형마트에 PB상품을 공급하던 업체들은 삼양, 팔도, 오뚜기 등으로 라면업계의 열세 업체들이었다. 이들 업체들이 겨우 각자의 브랜드로 라면시장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PB 상품으로 비슷한 제품을 싸게 판매하게 됐다. 매출 확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은 하지만 이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신세계는 연초 신년사에서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 이라며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간 균형을 이룬 성장’,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추구하자고 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