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기사]인도의 삶을 짓는 건축가, 찰스 코레아
재미있게살자
2012. 5. 11. 15:48
|
.jpg) |
건축은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나라든지 그곳의 대표적인 건축가가 미치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인도 디자인을 살펴보는 이번 특집기획의 세 번째 주제는 건축으로 인도의 지역성을 탐구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찰스 코레아(Charles Correa)를 만나본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
.jpg) |
인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찰스 코레아(Charles Correa). 1930년 인도 하이데라바드(Hyderabad)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디트로이트의 미노루 야마사키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배웠다. 이후 1958년 인도로 돌아온 찰스 코레아는 봄베이에 작업실을 마련,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찰스 코레아는 흔히 지역주의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일컬어진다. 지역주의는 1920년대 이후 유럽의 모더니즘 부흥과 함께 일어난 국제주의(International Style)가 보편성 앞세워 두각을 나타내자 기존의 지역성을 강하게 드러내던 건축 스타일을 새로이 정립한 개념을 말한다.
|
.jpg) |
그의 건축 형태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역적 요소는 기후다. 뜨겁고 습한 인도에서 건축물은 그 자체가 기후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찰스 코레아의 생각이다. 단순히 차양시설 등의 일차원적인 대응이 아닌 건축의 형태가 기후에 따른 지역민의 삶과 문화까지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건축 지론은 뭄바이에 자리한 칸춘준가(Kanchunjunga, 1970-83) 아파트에서 여실히 보여진다. 찰스 코레아의 초기 대표작이기도 한 이 아파트는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충당하고자 서구의 수직 주택 유형을 도입한 것으로 84m 높이의 고층 건물이다. 뭄바이에 부는 풍향에 따라 동서향으로 세워진 건물은 직사광선의 유입을 최대한 줄이고, 우기철의 폭우를 대비할 수 있는 형태로 지어졌다. 덩어리진 매스에 파여있는 열린 공간, 테라스는 자연통풍과 채광의 역할을 하는 건물의 구심점이 된다. 테라스는 2개층 높이로 이는 단면 구성에 있어 바닥 레벨과 천장 높이의 변화로 조성된다.
|
.jpg) |
칸춘준가 아파트에서 확대된 테라스의 공간은 인도, 혹은 동양적 주거 개념이 담겨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하늘과 맞닿은 옥외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찰스 코레아는 1997년 발표한 글, ‘하늘의 축복(The Blessing of the Sky)’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도에서 하늘은 인간과 건축물, 그리고 열린 공간의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즈음 가장 쾌적한 장소는 하늘을 향해 열린 옥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공간들은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다. 방 밖의 베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테라스는 다시 툭 트인 안뜰로 연결될 것이고, 여기에는 커다란 페르골라(Pergola), 혹은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드리워지게 될 것이다. 각각의 순간마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빛과 공기의 흐름은 우리에게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존재에 대한 기본적 감정들을 말이다. 이렇듯 동양에서의 가르침은 벽돌 교정이 아닌 나무 그늘에 앉아 명상하는 상징으로 표현될 수 있고, 이를 위해서 하늘과 통하는 야외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칸춘준가 아파트의 테라스는 이 같은 개념이 서구적 주거형태와 맞물려 태어난 변형임 셈이다. 이와 같이 그의 주거 작품들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하늘과 통하는 야외공간은 찰스 코레아 건축의 핵심 언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인도 고대 건축의 기본 도식이자 힌두교 사원의 배치개념이기도 한 ‘하늘과의 교감’이라는 인도의 역사적, 신학적 의미와도 상통한다.
|
 |
찰스 코레아가 하늘과 통하는 야외공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에는 고층 주거 형태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그는 ‘주택이 고층화되고, 녹지가 늘어나봐야 운동 외에는 할 것이 없다’ 라며 오히려 정원이 있는 저층의 주택 형태가 더욱 실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이 저소득층을 위한 최적의 주거 형태이라고도 한다. 방 한 칸의 빈민가구들에게 있어 열린 공간의 존재는 대화와 휴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가축을 길러 소득을 증대시킬 수도 있는 방안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벨라푸르 임대주택(Belapur Housing, 1983-86) 프로젝트를 통해 저층 주거 마을의 발전 가능성을 탐구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각각 독립된 정원을 가진 5가지 형태의 개인 주택들은 가계 수입 증대에 따라 증축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후에 실제 증축되어 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1985년 인도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제3세계의 도시화에 대한 저서, 「새로운 조경」을 펴내는 등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립에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 그리고 이론가인 찰스 코레아. 그의 건축은 지역성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인간 삶의 근본적이고 윤리적 고민을 담는 그릇으로 인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