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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삼성SDS와 LG CNS의 10년 후 모습

삼성SDS와 LG CNS의 10년 후 모습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01.05 04:05

IT서비스업계 선두를 다투는 삼성SDS와 LG CNS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양 업체는 대형 시스템통합(SI)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관계를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경쟁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SI업체들이 IT시스템 구축 업무를 벗어나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오피스, 온라인 교육, 국외 진출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선수는 삼성SDS가 뒀다.

삼성SDS는 2010년에만 삼성네트워크, 티맥스소프트, 크레듀를 인수합병했다. 2009년 2조4904억원이던 매출이 2010년 3분기까지 3조292억원으로 많아졌다. 전체로는 1조원 이상 매출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LG CNS의 경우 구체적인 인수합병 사례는 없지만, 증권가를 중심으로 LG 내부 합병이나 사업조정 등이 거론된다.

양사의 비전도 야심차다. 2010년 7월 김대훈 LG CNS 사장은 "기업용 모바일서비스, 미래형 빌딩, 디지털콘텐츠사업 등 8개 신성장사업을 육성해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신사업 비중을 현재 17% 수준에서 53%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연이은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삼성SDS는 2005년까지 매출 9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신성장사업과 국외사업 비중을 전체의 30% 이상 올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한국 IDC 조사에 따르면 국내 IT서비스시장은 2010년 4.1% 성장해 14조8000억원의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SDS와 LG CNS가 발표한 비전은 매년 15% 이상의 고성장세를 기록해야 달성할 수 있는 실적이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IT서비스업은 차세대 인터넷주소 등장, 모바일서비스 상용화, 유시티 구현 등으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2009년부터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은 국외시장에서 성장의 실마리를 잡고 있다. 세계 IT서비스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2010년 4월 쿠웨이트의 유정시설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총 92개 유정을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로 수주액만 4억4000만달러에 달하며 역대 IT서비스 수출계약 중 최대 금액이다. 삼성SDS는 국외 매출 비중을 2009년 16%에서 2010년 20%로 끌어올렸다. 특히 한국의 전자정부의 대표적 사례인 전자조달시스템은 베트남, 코스타리카에 수출했다. 삼성SDS는 전자정부, 전자조달시스템, IT보안시스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스마트카드 등으로 국외사업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 CNS는 2010년 몽골 울란바토르의 긴급구조망시스템구축사업, 스리랑카 태양광발전소구축사업, 일본 SBI생명보험 금융시스템구축사업을 수주해 국외사업 비중이 10%를 기록했다. 2009년엔 인도네시아의 재정정보시스템사업을 수주해 단일계약으로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시에는 서울의 티머니교통카드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운영 중이다.

국외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SDS와 LG CNS는 국외 매출 비중을 2015년 30%, 2020년 50% 이상으로 늘려 국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IT서비스는 IT 분야에서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0년 IT서비스시장이 8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는 국내 대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3000억달러), 휴대전화(1200억달러), LCD(320억달러)보다 큰 시장이다. 국내기업은 세계 10대 IT서비스기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IT서비스업계의 화두는 신성장동력이다. 기존 산업에서 IT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IT서비스기업들은 신성장동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사는 똑같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SDS는 2009년 수원 삼성SW연구소에 '클라우드컴퓨팅센터'를 열었고, 이미 2007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 18개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유즈플렉스(Useflex)를 실시했다. 2010년 초에는 서버 기반 컴퓨팅을 사내에 적용해 사내 직원들은 어디서나 서버에 접속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모바일오피스 분야에서는 24시간 단말기와 서버 사이의 연결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기업형 모빌리티서비스(EMS)를 구축했다. 현재 이 서비스는 삼성증권과 삼성SDS에 제공하고 있고, 모바일 단말기로 이메일, 결재, 임직원 조회와 일정관리까지 가능하다. 모바일 보안을 강화해 안전하게 모바일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SDS의 강점이다.

LG CNS도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을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는 LG CNS가 2010년 2월 대기업 최초로 도입한 데스크톱 클라우드 서비스다. 이 서비스로 LG CNS에서는 업무를 보던 파일을 회사 서버에만 저장할 수 있고, 직원들은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 자신이 갖고 있는 IT기기로 어디서나 회사 서버에 접속이 가능하다. 즉 어디서든 연속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단 의미다. LG CNS 관계자는 "타사에서 데스크톱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고, 우선 LG 계열사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 CNS가 만든 모바일오피스 '모바일플러스'는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엔시스에 구축했다.

계열사 간 협력도 전망된다. LG그룹의 경우, 통신사인 LG유플러스가 KT와 함께 서버 등을 보관하는 IDC사업을 양분하고 있다. 이미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데다, LG유플러스와 공동으로 마케팅에 나선다면 승산이 있다는 게 LG CNS 측 판단이다.

신성장동력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는 분야도 있다.

삼성SDS는 유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는 반면, LG CNS는 유시티 분야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삼성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헬스케어인 만큼, 이 부문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는 삼성SDS가 담당하게 된다. 이미 삼성의료원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면서 유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그룹이 메디슨을 인수하며 헬스케어사업에 뛰어들어 향후 삼성 계열사 간 헬스케어 분야의 시너지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LG CNS는 2005년부터 10여개의 유시티사업을 수행했다. 향후 공간에 I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그린시티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I업체의 사업 확장이 이어지면서 인수합병 또한 활발하다.

삼성SDS는 2010년에만 3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덩치를 키웠다. 1월엔 삼성네트웍스를 인수합병했고, 6월엔 국내 벤처 시스템소프트웨어기업인 티맥스소프트, 6월엔 온라인교육업체인 크레듀를 인수했다. 최근엔 삼성SDS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45.92%의 지분을 보유한 서울정보통신의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정보통신은 하이패스 내비, 실시간교통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으로 삼성SDS와 연관성이 높다. 이런 구도가 마무리되면 삼성SDS는 명실상부한 IT 종합상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LG CNS 또한 LG 계열사와의 합병설이 나오고 있다.

당장 IT 분야 핵심 신사업인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동섭 SK증권 팀장은 "통신사들과 IT서비스, 인터넷 기업들이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을 말하지만, 이 기업들이 추진하는 서비스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고 전제한 뒤, "통신사는 대규모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Internet Data Center)와 모바일 통신망을 보유해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고, IT서비스업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강점이 있다. 두 업종 간의 역할 분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제휴 논의가 활발히 이뤄진다"고 전했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시장에서는 3위 업체지만 IDC 분야에선 시장점유율이 40%에 가까운 수위 업체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서버를 운영하고,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다"며 "이런 노하우는 클라우드 시대에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시스템업체와 통신업체 간 합병이라는 드문 사례가 생겨나게 된다. 만년 통신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는 규모 면에서 다른 통신사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LG CNS 측은 "3개사를 합병해 LG유플러스가 출범한 지도 1년도 되지 않았다"며 "두 업종 간 시너지를 낼 수는 있지만, 아직 클라우드 컴퓨팅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시기도 아니기 때문에 제휴를 넘어 합병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통신사보다는 지주사와의 합병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주)LG 측이 CNS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병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순수지주사인 (주)LG 측이 LG전자나 LG화학 같은 대형 계열사의 실적에 순전히 의존하게 되는 현재의 구도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LG CNS는 현재까지 내부적으로 어떤 합병 논의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잠깐용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인터넷상에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으로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구름과 같은 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접속해 필요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사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클라우드'라고 불린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88호(11.01.05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