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자]기자들, ‘로스쿨’에 마음을 뺏기다

기자들, ‘로스쿨’에 마음을 뺏기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다수 합격…“평생직장 의문”
2010년 01월 06일 (수) 12:03:22 안경숙 기자 ( ksan@mediatoday.co.kr)

언론계에서는 기자들을 가리켜 흔히 ‘호환성이 떨어지는 직업’이라고 한다. 사물을 관찰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생전 처음 맡게 되는 취재 분야에서도 3개월 안에 적응을 마치지만, 정작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려고 하면 전문성이 부족해 마땅치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들의 ‘인생 이모작’은 주로 기업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틈틈이 공부해 학위를 받거나 전문성을 인정받은 몇몇 기자들은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모작’의 작물 목록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기자 출신 ‘합격생’이 꾸준히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정민영 기자는 최근 서울대로부터 로스쿨 합격 통지를 받았다. 경향신문 박수정 기자, 한국경제신문 차기현 기자가 각각 성균관대와 전남대 로스쿨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

정 기자는 “사회정책팀에서 교육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시국선언 교사 대량 징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논란, 일제고사 반대 교사 대량 해임 등 교육계의 현안을 검찰이 어떻게 다루고 법원에서는 어떤 결말을 맞는지 지켜보면서 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아직 법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지 않아 뭘 하겠다고 얘기하기 쉽지 않지만, 법조인으로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대해 의미있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YTN 김석순 기자, 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등이 각각 중앙대·한양대 로스쿨에 합격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김석순 전 기자는 “서울·수도권 대학의 로스쿨 1기생 가운데 7명이 전직 기자인 것으로 안다”며 “5년의 기자 생활 가운데 절반을 법조 출입기자로 보냈는데, 법을 좀 더 공부해 전문성을 길러보고 싶은 생각에 로스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잇달아 로스쿨로 향하는 데는 평생 직장에 대한 회의도 작용하고 있다.

로스쿨에 다니는 한 전직 기자는 “언론 환경이 안팎으로 많이 변했고, 특히 기자들 사이에 이 직업을 평생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있는 것 같다”며 “결혼해서 자녀를 둔 고참 기자들은 이직이나 전직이 어려운 데 반해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기자 생활에 비전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 기자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로스쿨을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로스쿨로 향하는 기자들에게 언론계는 아쉬워하면서도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다.

한겨레의 한 간부는 “젊은 기자가 회사를 떠나는 것은 안타깝지만, 마냥 붙잡을 수는 없는 것 같다”며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것을 실행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떠나는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법조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률 전문가가 되고 싶어 로스쿨에 지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법조 전문기자를 꿈꾸는 데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김석순 전 기자는 “처음엔 로스쿨을 마친 뒤 기자로 복귀하려는 생각이 강했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여건이 아닌 것 같다”며 “기자들이 법조 전문기자의 필요성에 대해 회사측을 설득하려고 했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모두 퇴직하고 입학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