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싸고 오래가고…윤아·아이유가 밀렸다
3D 기술 더해져 생명력 얻어 고객과 정서적 유대관계 형성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 가수 아이유와 같은 쟁쟁한 톱모델을 광고에 기용하던
에쓰오일이 지난달부터 '구도일'이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기름방울 모양의 얼굴에 노란색의 통통한 몸집, 초록색 멜빵 바지를 입었다. 이름은 '좋은(Good)'과 '기름(Oil)'의 영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선보인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캐릭터를 사고 싶다는 고객 문의가 많아 캐릭터 상품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도 작년부터 '또로'라는 눈사람 모양의 캐릭터를 광고와 외부 행사에 쓰고 있다. 하얀색 둥글둥글한 몸집에 타이어 모양의 귀를 가진 모습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캐릭터가 제품 성능을 코믹하게 설명하는 광고를 통해 고객들에게 친밀함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12년차 과장'인 정대우 캐릭터를 내세워 TV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캐릭터 마케팅 인기
최근 국내 기업의 '캐릭터 마케팅'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캐릭터나 마스코트 활용이 새로운 기법은 아니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은 1898년에 쌓여 있는 타이어 모양을 본뜬 마스코트 '비벤덤'을 처음 선보였다. 외국에는 '커넬 할랜드 샌더스'(KFC), '로날드 맥도날드'(맥도날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히트한 캐릭터가 많다.
최근 캐릭터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불황과 관계 있다"고 진단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몸값 비싼 톱스타를 계속 쓰기 힘들어졌다"면서 "스타들은 여러 군데 겹치기 출연해 비용 대비 효과가 높지도 않아서 캐릭터에 주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기술의 발전도 한 요인이다. 요즘엔 3D(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밋밋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귀여운 외모에 표정과 동작도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러워 소비자가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에쓰오일의 ‘구도일’, 금호타이어의 ‘또로’, 빙그레의 ‘뽀로로와 친구들’ 과자, 대우건설의 ‘정대우’. /각 사 제공
캐릭터 마케팅의 장점은 '친밀함'이다. 캐릭터는 대체로 귀엽고 둥글둥글한 외모를 갖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여러 광고에 겹치기 출연하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미지를 실추시킬 염려도 없다. 최근 캐릭터를 도입한 한 기업 관계자는 "소통이 화두인 시대에 고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정서적 유대관계를 만드는 데 캐릭터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캐릭터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의 브랜드들이 수많은 캐릭터와 마스코트를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업종이 과연 캐릭터 마케팅에 적합한지, 캐릭터가 기업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캐릭터 활용도 효과적
기업의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새로 만들고 이를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 때문에 이미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한 유명 캐릭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빙그레는 올해 초 처음으로 어린이 전용 스낵시장에 진출하면서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개발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자체 개발하자니 마케팅 비용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드는 것으로 나왔다. 결국 독자 개발을 포기하고 어린이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뽀로로' 캐릭터를 쓰기로 결정했다. 로열티를 지불해도 비용은 캐릭터를 직접 개발하는 것의 절반 수준이었다. 빙그레가 만든 스낵 '뽀로로와 친구들'은 출시 첫 달에 100만개가 팔렸다.
롯데제과도 최근 초코바 '아트라스' 포장지에 영화 '어벤저스'와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도입했다. 헐크·아이언맨·스파이더맨 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친숙한 캐릭터를 도입하자 매출이 15~20% 늘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새 소비계층으로 주목받는 '키덜트(Kidult·어렸을 때의 감성을 간직한 어른)족'을 공략한 것.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받은 캐릭터인 데다 제품의 강인한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매출이 30%쯤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필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부)는 "캐릭터는 브랜드를 쉽게 기억하고 연상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일치된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면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효과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