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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중앙부처 관료들이 스마트폰 안 쓰는 이유는

중앙부처 관료들이 스마트폰 안 쓰는 이유는

2010년 02월 15일 (월) 14:50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임동욱기자]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에도 스마트폰 바람이 불었다. 최근 과천청사에는 애플 아이폰을 구입한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간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전화, 문자 뿐 아니라 일정관리, 메모 등도 능숙한 솜씨로 해 낸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신 IT기기에 민감한 젊은 사무관들 중 일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 뿐, 과장급 이상 고참들은 여전히 '전화와 문자기능'만 되는 일반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IT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 스마트폰 도입이 초기인 탓도 있지만, 공무원들이 쉽사리 휴대폰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 문제다. 금융업계, 대형 건설사, 심지어 정치권까지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 같은 '스마트폰 보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주무부처로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써 봐야 하겠지만 별도의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자비를 들여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생각지 못할 여러 고민거리가 남아 있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지만, 국내 관련업계와 자주 접촉하는 중앙부처의 담당 공무원들은 이래저래 눈치가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삼성, LG 등 국산 스마트폰을 두고 아이폰 등 외국산 제품을 선택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운영체계(OS)는 모두 외국산이지만, 지금 당장은 외부에 보이는 하드웨어(HW)에 신경이 쓰인다.

'아는 게 병'이라고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와 지식 때문에 스마트폰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공무원은 "앞으로 리눅스 기반의 모바일 운영체계 리모(LiMo)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다른 공무원은 "폐쇄형인 아이폰과 개방형인 안드로이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휴대폰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문제도 걸림돌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업무의 '모바일화'를 위해 스마트폰에 탑재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어플') 제작을 기획했으나 국정원이 보안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며 "국가업무를 다루는 만큼 보안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통계 등 각종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어플' 제작은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 자신의 업무효율 향상을 위한 '어플'은 손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아날로그' 마인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 의사결정은 종이서류에 서명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제가 급한 과천의 고위 관료들은 서울 시내로 '출타' 중인 장관을 찾아 출장길에 나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