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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삼성이 강남에 야금야금 땅 사는데… 그 이유가!

[이코노미플러스] 삼성이 강남에 야금야금 땅 사는데… 그 이유가!
 

입력 : 2012.10.13 13:21 / 수정 : 2012.10.15 11:44

그동안 개발이 정체됐던 청담·압구정 일대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삼성, 신세계, 애경, 대상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챤디올 등이 이 일대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새 건물을 올리며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권에 새바람이 부는 청담·압구정의 기업 움직임을 살펴봤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학동사거리-청담사거리, 이 세 꼭짓점을 잇는 거리 주변 지역은 상업이나 주거용으로 모두 각광받는 곳이다. 길 자체에 ‘명품’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누구나 한번쯤은 머무르고 싶은 동네다. 요즘 이 일대를 걷다보면 사방으로 공사현장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변화를 몰고온 가장 큰 이유는 지난 8월2일부터 새롭게 적용된 국토계획법 때문이다.
이는 하나의 대지가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두 개 이상의 용도지역에 걸쳐 있는 경우 가장 큰 면적이 속하는 용도지역의 용적률을 적용해서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건물 가치도 높아진다. 두 개 이상의 용도지역이 걸쳐 있는 대지는 대부분 노선상업지역에 있는 ‘대로변 건축물’이다. 일부 건축물은 용적률이 줄어 손해를 보고, 일부 건축물은 용적률이 늘어 이익을 보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높은 이 지역은 현행법 적용에 따라 건물 가치가 수백억원까지 변동될 수 있다. 때문에 현행법이 시행되기 전 상당수의 건물주와 대지주가 건축허가심의서를 제출했다. 강남구청에 접수된 최근 1년(2011년 6월~2012년 7월)간 접수 건은 80여건에 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발 빠른 기업이나 개인은 이미 건축허가심의를 통과해 용적률을 높게 받은 토지 또는 건물을 매매하기도 했다.
따라서 허가를 받은 곳들은 서둘러 신축 작업에 들어갔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같은 면적 안에서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어 최대 5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배상균 위더스에셋 대표는 “5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던 땅이 10층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적용기준이 바뀌면 공시지가는 당연히 오르게 되고, 해당 지역 주변의 땅값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청담동의 한 건물은 용적률이 높아져 건물 가치가 200억원 넘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삼성, 호텔건설 가능성…신세계, 타운 조성
이 흐름에 대기업이 가세하면서 청담·압구정 일대 상권이 더욱 들썩이게 됐다. 신세계, 삼성생명, 한성모터스는 이미 심의가 끝난 ‘돈 될’ 부지를 매입했다. 학동사거리에서 청담사거리를 잇는 길 오른편으로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는 청담동 2-14번지, 연면적 1만3556㎡ 부지는 지난해 3월 한성인베스트먼트가 사들였다. 한성인베스트먼트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국내 최대 딜러사다. 불가리그룹이 호텔을 짓는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한성이 매입하고 이곳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한성모터타워 오픈이 확정됐다.
이곳에서 한 블록 지나면 보이는 효성골프클럽 빌딩과 그 뒤 단독주택 10여 필지는 삼성생명이 매입했다. 청담동 3번지 일대로 전체 면적은 4300㎡(약 1300평)다. 삼성생명은 3.3㎡당 1억3000만원에 달하는 이 부지를 총 1600억원에 샀다. 이곳은 용적률 400~500%, 연면적 2만㎡ 전후(약 6000평)의 빌딩을 지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9, 10월에 사들인 뒤 아시아신탁에 잠시 맡겼다가 지난 3월 등기를 했다.
삼성생명은 먼저 매입한 부동산과 맞붙은 주변 필지를 추가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명의인이 삼성생명인 것이 밝혀졌을 때만 해도 삼성 계열사에게 임대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체는 “삼성생명이 자산운용 차원에서 수익형 빌딩을 짓기 위해 사들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호텔·레지던스 등을 지을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기업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전담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삼성그룹은 호텔이나 레지던스 등의 호텔사업에 목말라했다. 삼성그룹과 관련한 비즈니스 고객의 숙박 및 미팅업무 등을 자체 시설물에서 소화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은 강남 일대 호텔이나 모텔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업부지에 대한 모색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삼성그룹 관계자가 논현동 모 호텔 사장을 찾아가 백지수표를 건네며 호텔 구입 의사를 여러 차례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생명이 단독주택 10여 필지를 시세의 두 배 이상 가격에 사들인 점도 뭔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으로 추측됐다.
삼성생명이 추가적으로 사고 있다는 부지 뒤편은 애경그룹에서 매물이 나오는 대로 하나씩 사들이고 있다. 이 뒷길 작은 점포에는 최근 배우 손지창·오연수 부부가 베이커리를 열어 동네 맛집으로 유명세를 끌고 있다. 바로 옆 건물은 배우 김정은의 소유로 이 일대는 기업이나 스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그야말로 ‘핫 스팟’이다.
삼성생명이 매입한 부지에서 청담사거리 방면으로 가는 길에 신세계 쇼핑타운 건설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청담동 97-5번지 외 1로 2010년 4월 신세계가 매입한 부동산이다. 이번 노선상업지역에 통과된 이곳은 연면적 1만4021㎡로 최대 14층까지 지을 수 있다. 이곳과 마주보는 도로 건너편 차움 건강검진센터 지하 1층에는 신세계 SSG푸드마켓 청담점이 입점해 있다.
신세계 오너 일가는 2000년대 들어 청담동 내에서도 노른자위로 불리는 청담문화거리(명품거리), 도산대로, 선릉로가 둘러싸고 있는 삼각주 지역의 땅과 빌딩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부동산 지형으로 본 청담동 일대는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물론,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정유경 부사장 일가 명의로 된 빌딩들이 즐비했다. 도산대로 안쪽 빌딩 중에서도 신세계 일가족 소유의 빌딩이 많다. 이명희 회장은 89, 89-1, 89-4, 89-17번지 등 4채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총 면적이 1569.2㎡(약 474.6평)에 달한다. 이 지역 토지 매매 시세가 3.3㎡당 2억~2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 회장 소유의 토지는 약 1190억원의 가치를 지녔다. 이 회장 소유의 빌딩 바로 옆 빌딩 2채는 정용진·유경 남매가 공동소유하고 있다.

임세령 대상에이치에스 대표, 의류숍 개점 예정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사들인 부동산 중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신사동 664-5번지다.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에 있는 이곳은 사들일 당시 신세계가 664번지를 사들여 신세계타운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664번지에 개인의 지분 쪼개기가 심해서 필지를 분할해 몇 곳만 사들이고 중단된 것이 이번 현행법 적용으로 토지 정리가 돼 다시 공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곳엔 신세계인터내셔널 브랜드인 ‘톰보이’가 문을 열 예정이다.
청담·압구정 일대는 패션과 명품의 중심지라는 위상을 뽐내듯 국내외 명품 브랜드부터 디자이너숍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거리 곳곳을 채운다. 대기업 2~3세가 이 일대에 진출하는 이유는 바로 이 프리미엄 때문이다. 2000년 루이비통코리아와 2001년 구찌코리아도 청담동 99번지 일대 부동산을 매입했다. 크리스챤디올은 구찌 매장 바로 옆인 청담동 98-3번지 일대 건물 2채와 토지 4곳을 사들여 매장을 짓는다. 또 청담동 명품거리는 ‘재벌가 딸들의 패션사업 경연장’이기도 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명품 브랜드 수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과 신세계가 건물을 많이 사들이는 이유다. 이곳에서 패션사업을 하려면 매장을 임대하는 것보다 건물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이서현 부사장이 운영하는 토리버치 단독매장 등의 수입 브랜드 매장도 삼성그룹 계열사가 사들인 건물에 입주해 있다.
새롭게 문을 여는 곳 중 뉴 페이스의 입성이 눈에 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대상에이치에스 대표다. 평소 패션계에 지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임 대표는 6층짜리 건물에 의류숍을 오픈한다. 이곳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학동사거리를 잇는 길에 있다. 2010년 4월 임 대표는 청담동 85번지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김지미 빌딩’으로 불리던 이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연면적 1538.06㎡(약 466평)의 임대용 빌딩으로, 약 260억원에 매입해 신축 중으로 올해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지하 2층, 지상 6층의 새 빌딩에 임 대표의 패션 사업용으로 모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모여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종업계의 라이벌이 이웃사촌이 되는 살짝 껄끄러운 상황도 조성된다.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 삼성과 LG가 학동사거리에 대각선 맞은편에 터를 잡았다.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전자 전시장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학동사거리 코너 논현동 94-2번지에 있다. 현재 공사 중인 이곳은 삼성전자가 건물 전체를 신축해 임대 사용하는 조건으로 삼성디지털프라자를 오픈해 운영할 계획이다. 청담사거리 방면에 있는 삼성디지털프라자가 이쪽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와 서비스센터 등 강남지역 주요 거점이 될 이곳은 지난 8월2일 전까지는 5층 건물로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노선상업지역용으로 허가를 받고 현재 7층까지 높여 완공할 예정이다.
앞집 LG전자는 사돈집에 세를 들어 산다. 청담동 86-1번지 건물주는 LG그룹 후계자 구광모씨의 장인어른 정기련 보락 대표다. LG전자는 2011년 7월28일 전세권자로 계약을 마치고 LG전자 전시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 공사 중인 이곳은 연면적 2754㎡(약 834평)로 6층으로 건설된다. 보락은 향료와 화공약품, 껌베이스 등 식품첨가물 및 원료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씨는 2009년 9월28일 정기련 대표의 맏딸 효정씨와 결혼했다. 현재 LG전자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