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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한국의 쇼핑몰에 뜬 빅 브라더

By EVAN RAMSTAD(WSJ, 11. October 2012)

새로 개장한 서울 국제금융센터(IFC)에 방문한 사람들은 무인정보단말기 26대에서 정보를 검색해 4층 건물 곳곳을 찾아다닌다. 이 단말기가 자신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LCD 터치스크린 바로 위에는 카메라 두 대와 모션 센서가 장착돼있다. 방문자가 다가가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가 방문자의 성별과 연령을 짐작한다.

Evan Ramstad / The Wall Street Journal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무인정보단말기.

이 시스템은 성별과 연령이라는 속성값에 따라 단말기에 맞춤형 광고를 띄운다. 40대 남성이 레스토랑을 검색하면 스테이크하우스 광고가 뜨는 반면, 20대 여성이 단말기에 접근하면 옷가게 광고가 뜨는 식. 또 광고는 고객의 손동작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형식이다.

현재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내년 초부터는 풀가동된다는 이 시스템은 한국에서는 최초이고, 세계에서도 선발주자에 속한다. IFC 몰이 올 8월 초 문을 열면서 단말기 주변에서 180만 명에 관한 기록을 캡처했다. 한 사람이 단말기 여러 대를 검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번 기록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안재현 SK마케팅앤컴퍼니(M&C) 부장은 “대형 공공시설에 광고를 할 때 보통 타깃을 모호하게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시스템은 광고 타깃을 보다 세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 M&C는 카메라, 프로세싱,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원래는 고급 보안 시스템 용도로 개발됐으나 현재는 스마트폰이나 모션 센서 등 일상적인 용도까지 확산됐다. 자매회사 SK텔레콤은 이 시스템에 탑재된 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이들 회사 임원진은 단말기에 고객이 남긴 인터랙션을 기록하거나 이미지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도 요청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기업이 고객의 사전 승인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법이다.

주말이라 쇼핑하러 나왔다는 원성민씨는 단말기가 성별이나 연령을 인식해 광고를 보여주는 정도는 괜찮지만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면 마냥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수준만으로도 충분히 맞춤형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밖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 시장조사업체 밀워드 브라운은 사람들이TV 광고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웹캠을 통해 표정을 모니터링한다. 내쉬빌 소재 광고대행사 레드페퍼는 안면 인식 카메라에 포착된 단골 고객을 자동으로 페이스북 체크인하는 시스템을 유통업체와 레스토랑에 마케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수년간 기업과 정부 부처에 영상 보안 장치를 제공해, 소비자가 휴대전화와 데이터 네트워크를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했다. 지난 2년 사이에 HD 카메라가 나오고 프로세싱 및 네트워크 성능이 진화하면서 SK텔레콤은 지하철역 보행자나 도로 통행 차량 수를 셀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올 2월 안산에 최초로 비디오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HD 카메라 1,000대를 설치하는 이 시스템은 범죄 예방, 교통 관리, 위생 등 대시민 서비스에 활용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법률은 공공시설의 경우 감시 카메라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입구에 CCTV 설치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상점과 레스토랑 등 민간 기업에서도 비디오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IFC 몰 현관에는 CCTV가 설치됐다고 알리는 카메라 표시가 붙어있다.

SK텔레콤은 이 단말기 시스템 덕분에 예전에 비해 얼굴 인식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

SK텔레콤은IFC 몰 개장을 준비하면서 얼굴형, 주름, 미간 간격 등 1,000여 건의 정보와 성별과 연령이 인식된 5,000명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사람이 단말기에 접근하면 카메라가 움직임을 추적하고 시스템은 얼굴과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하면서 성별과 연령을 지정하고 정보를 기록한다.

양승지 SK 텔레콤 인텔리전트 비디오 기술 연구소 소장은 시스템 예측 정확도를 높이려면 고객이 단말기에 비교적 가까이 다가와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안재현 부장은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실시하기 전에 먼저 3~6달 정도 보행자 트래픽과 유형 등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 M&C 는 IFC몰 메인 아트리움에서 카메라와 모션 센서가 장착된 2중 LED 스크린으로 인터랙티브 광고를 이미 선보이고 있다. 스크린 위에 뜬 형상과 인터랙션 할 수 있는 간단한 비디오게임을 개발한 것. 어떤 게임을 하는 여성이 스크린에 물을 뿌리는 모션을 취하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팔을 휘저으며 물을 닦는 모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