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사]강남역 지하에 거대 지하도시가…`술렁`

강남역 지하에 거대 지하도시가…`술렁`

강남에 축구장 5배 지하도시

강남역~신논현역 쇼핑몰…서울시 타당성 평가중

쇼핑·공연·관광 동시에…서울 지하문화 1번지로

기사입력 2013.02.11 18:16:29 | 최종수정 2013.02.11 20:37:45

기사 나도 한마디 +18

서울 강남역과 신논현역 구간에 `언더그라운드 시티(지하도시)`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특히 서울 서초구와 신분당선 공사를 맡고 있는 두산건설이 이 사업에 의욕을 보임에 따라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월 두산건설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105691 기사의  이미지

 

서울시 관계자는 "두산 측이 신분당선 공사를 하면서 지하 시설을 함께 개발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한다는 계획을 가져왔다"면서 "이달 말께 시 도시계획과, 도로계획과 등 관련 부서와 두산 측이 다시 만나 구체적인 협의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 건설업체가 기부채납 방식의 사업 제안을 해서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정도 사업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면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지하철 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기부채납 의향을 내비쳐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업타당성 용역을 마친 서초구도 서울시에 최근 사업 추진 논의를 제안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강남역 일대 지하 공간에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만들어 시민이 이동하면서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캐나다 몬트리올 같은 지하도시를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진 구청장은 "빗물을 가둬둘 수 있는 저류시설까지 함께 만들면 장마철 강남대로 일대의 상습적인 침수 피해까지 막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이 남아 있다. 가장 큰 것이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대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인데 여기에 지하도시가 건설되면 지상 상권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아직 실무선에서만 논의되고 있을 뿐 사업 추진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105691 기사의  이미지 

 

 

캐나다 몬트리올은 센트럴역을 중심으로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조성돼 있다. 주변 7개 지하철역을 잇는 길이 32㎞의 거대한 지하도시다. 추위와 폭설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몬트리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몬트리올의 랜드마크가 돼 버렸다.

서울 서초구가 이를 본떠 추진하는 강남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이에 비하면 `미니 지하 아케이드` 수준이다. 하지만 상징성과 실험성 측면에서 몬트리올 언더그라운드 시티에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서울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조성하면 서울의 문화적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서초구와 두산건설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으로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매년 반복되는 침수 문제 해결이다. 이 지역은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장마 때마다 발생하는 침수로 인근 상점과 주차 차량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집중호우가 내리더라도 서초빗물펌프장과 반포빗물펌프장에서 물을 빼내 하수관을 통해 반포천으로 흘려보내는 방법밖에 없어 저류시설 설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또 포화 상태인 지상 도로와의 거리 문제 해결이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도로는 사람의 왕래가 힘들 정도로 붐비고 상가도 확장이 막힌 상태다. 따라서 지하도시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목적은 서울의 새로운 상징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코엑스몰과 여의도 IFC몰 등이 있지만 지나치게 상업시설 중심이어서 문화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서초구는 주변 건물과 연계해 멀티플렉스 극장과 한류 공연장 같은 공연시설뿐 아니라 한류 콘텐츠로 구성된 다양한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문화를 즐기는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안은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2010년 6ㆍ2 지방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이다. 강남역 일대 지하를 너비 42m, 길이 670m, 총면적 2만8517㎡ 규모로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교통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건립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은 2011년 2월 사업타당성 용역이 완료돼 지난해 초 서울시에서 사업 추진 여부가 한창 논의됐다.

그러나 신분당선 공사 주관사인 두산건설 측이 공정상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한동안 계획이 표류됐다. 또한 대규모 토목공사를 지양하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올 1월 두산 측이 다시 서울시에 사업 추진을 제안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특혜 의혹이 일 수 있는 데다 지하 시설물을 서울시와 국토해양부 중 어느 쪽에 기부채납할 것인지 법률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구 안은 규모가 워낙 커서 실행 가능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우선 상업시설과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사업자와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강다영 기자]